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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네와 경희궁에 가다

결실한 포도나무 2011. 5. 23. 23:55

지난 4월 적십자 간호대 교수님 팀이 pws포트폴리오 작성을 하고 계신다 하여

성휘 것도 해달라는 종민맘 전화를 받고 정말 바쁘고 피곤했는데^^; 그래도

성휘랑 성연이 데리고 적십작 간호대에 갔었다.

교수님과 성주네랑 종민네랑 등등 긴 이야기를 끝내고

간만에 어렵게 서울 온 김에 근처 경희궁이랑

시립 미술관에 갔다.

시립 미술관은 덕수궁 옆에 있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그날 아마추어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날이 전시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벌써 작품을 가져가버려

군데군데 빈 벽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소품이긴 하지만 여러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잘 생긴 성연이.

정말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오목조목  하나님께서 참 잘 만들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눈도 적당히 크지도 작지도 않고 코도 오똑하고 또 입매무새는 얼마나 야무지고 찰진지...

잘 보이진 않지만 성연이는 귀도 참 잘 빚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좋은 형제.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저 두 형제를 주시지 않았다면

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형과 참 잘 지내는 성연이가 고맙고

프래더 윌리 증후군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배고픈거 잘 참고 음식 조절해주는 성휘가 너무너무 고맙고

가끔 서로 의견충돌이 있긴 해도

두 형제가 참 사이좋게 잘 서로 위해주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고맙다. 난 어릴 때 그렇지못했는데......

 

사진이 약간 흔들려 오히려 분위기가 더 있다.

이 곳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예, 의상, 조소 작품 등 다양하게 있었는데

저 성연이 뒤에 있던 작품들은 참 독특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입는 옷 같기도 하고

화려하면서도 기괴했다.

성연이의 저 재밌는 표정은

귀엽고 깜찍한? 저 인형들 앞에서 나왔다.

감정 풍부한 성연이가 작품과 하나되는 순간^^

이것은 경희궁으로 가는 길 잔디밭에 있는 작은 팻말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서 한컷 찍었다.

밟으면 아프지...

사람도 그렇지

그런데 잔디가 아프다은 생각을 스스로 한다고 써 놓은 것이

왠지 시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잔디가 푸른 빛을 띠고 당당한 표정으로 살이 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잔디는 자신의 생각을 나무에 새겨

방문자들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 잔디 참 당차다.

남매같은 성휘와 성주... 그러고 보니 이름도 남매같다.

다운 증후군 아이들이 그렇듯.

프래더 아이들도 서로 비슷비슷하다.

흰 피부, 작은 눈, 통통한 볼과 배, 작은 손, 항상 잘 웃는 얼굴....

성휘는 좀 예외여서 손과 발이 다른 프래더 아이들보다 크지만

성주와 저렇게 나란히 있으니 정말 한 엄마, 아빠에게서 나온 아이들같다.

오래도록 성주네와 그렇게

서로 아픈 아이들 키우며 의지하고 살아야지.

성주의 저 해맑은 미소가 너무 사랑스럽다.

평소 같으면 많이 힘들어 잘 걸으려 하지 않았을텐데

신기하게도 성휘는 프래더 여동생들이 잘 따라서인지 ㅋ

그날 성주와 손잡고 많이도 걸었다.

 

성휘가 잡을 난간도 없이 오르기엔 좀 가파은 계단이었다.

경희궁에 들어서서 가장 정면에 있던 곳이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경희궁에 가기 전에

경희궁에 대해 검색해보고 어떤 왕의 몇번째 아들이 살았던 곳... 이라고 알고 갔는데

에혀... 한달도 안되 다 까먹었더라는...

 

성휘가 성주 손잡고 다니는 동안

성주 언니인 성은이와 성휘 동생 성연이는 저렇게

하루종일 뛰어다녔다.

둘이 참 안먹고 마른것도 닮았다.

성주와 성휘가 너무 잘 먹고 퉁퉁한 것이 비슷하다면

이 두녀석들은 너무 안먹고 비쩍 말랐던 것이 비슷하다

서로 아픈 형제, 자매가 있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일까??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까칠한 성연이치곤 참 잘 어울렸다.

 

먼산 바라보는 성연이....

가끔 저 머릿속에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

그때가 바로 성연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다

하루에도 무궁무진 희한한 생각을 머릿속에 말아올리고

엉뚱하지만 진지한 말을 툭 하고 내뱉을 때도 저런 표정을 짓곤 한다.

몸은 지금 여기 있는데 생각을 가끔

우주를 몇 바퀴 돌고 있는 듯한 얼굴....

저런 성연이 얼굴이 참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성연이가 마음속에 우주를 품고 세상을 품어

넓은 심연의 소유자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깊이를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연찮게 참 재밌는 장면이 연출됬다.

그날 함께 했던 성주, 성은이, 성주맘, 성휘, 성연이 그리고 나

모두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고

서있는 위치가 달라 크기도 다르고

해서 저 사진 안에 다양한 공간이 있고 시점이 있고

관계의 각이 있고 표정의 색깔이 있었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서로 너무 다르지만 저 공간의 깊이를 조금 좁혀가며

그렇다고 너무 밀착되면 또 그 공간으로 하여 힘들어지므로

적절히 조율해가며

서로 바라보는 곳을 맞추어가며 또 서로를 인정해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도 저리 다양하지만 또

다양한 가운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성주네와 잠깐이었지만

참 귀한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오는 길엔 전철에서 거의 녹초가 됬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때 서로

힘이 되고 웃음이 되고 빵이 되고 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경희궁에 가면

그곳에 얽힌 역사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같은 아픔을 갖고 사는 성주네와

이쁜 그림도 보고 오래된 계단도 오르내리며

사진도 찍고 그랬지... 그러며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지.하며

웃을 수 있을것 같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