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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형을 태우고 다녀야지.

결실한 포도나무 2011. 8. 21. 00:23

토요일.

점심때 스파게티를 해주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다며

거의 다 먹은 후에 "아차, 사진 찍어야지 엄마" 하는 성연이..

가끔 블러그에 올리려고 사진 찍는 엄마가 생각났나보다

 

저녁엔 지난번 교육자료전에서 장려상 받았다고

약간의 상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내가 쏘기로 했다.

지난번 봐두었던 작전동의 <경희보궁>이란 삼계탕집에 가서

삼계탕과 프라이드 치킨을 먹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가는 곳마다 차가 많았다.

 

안그래도 삼겹살 먹고 싶은데 삼계탕 먹으러 간다고

입이 툭 나온 성연이가

꽉 막힌 길에서 빵 터지는 말을 불쑥 꺼낸다.

"엄마, 아무래도 형아는 운전을 못할 것 같아."

백운고가를 넘어올 때

어떤 난폭운전자가 이리저리 깜박이도 안켜고 왔다갔다 하며

계속 이차 저차에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을 했는데

너무 어이없고 기가막혀 내가

"참, 매너 없게 운전하네." 했었는데

그게 생각 난건가 보다 했다.

암튼,

순간, 옆에 있던 성휘 눈치를 보며

나와 남편은 뭐라고 해야할지 머뭇머뭇...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연이가 계속 그런다

"왜냐하면 나는 ***을(핸드폰으로 하는 게임인데 뭔지 잘 기억나지 않음) 몇 번만 하고 잘 하는데

형아는 5번이나 했는데 잘 못해."

생각해보니, 성휘가 운전을 한다는 것에 대해

난 한번도 생각해보질 않았다.

그리고 정말 이렇게 막히는 길, 기계를 다룰 줄 알더라도

순간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운전이라

정말 성휘는 커서도 운전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그래 그럴 것도 같네."하고 대답했더니

성연이 왈,

"그래서 형아는 내가 태우고 다녀야 할 것 같아." 이런다.

순간, 마음 속에서 찌르르 하는 뭔가가

통증도 아닌 것이 진동처럼 그렇게 울려왔다.

자기가 먹고 싶은 거 안먹는다고 투덜투덜 대던 한없이 애기같은 모습에

가끔 그렇게 형아를 생각하는 걸 보면

고맙고 대견하고 미안하다.

코끝이 찡해와서

"형아, 생각하는 성연이 마음이 참 이쁘네." 했다.

 

이 모든 대화를 성휘는 관심도 없다는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휘가 큰 소리로 말한다.

"나, 운전할 수 있거든!!! 엄마 나 운전할 수 있지요?" 하고 나한테 묻기까지 하며..

뭐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하고싶어하는 성휘에게

우리가 너무 성휘의 존재를 무시하고 대화한 것 같아 급 미안했다.

생각해보니, 성휘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음성인식으로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한 인공지능 차가 나올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땐 말하면 문도 열고 시동도 켜고, 차가 막히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차가 만들어지겠네.

그럼 우리 성휘도 운전할 수 있을거야. 아마 차간 거리도 인식해서 앞차랑 부딪치지 않게 멈추기도 할 걸."

그랬더니 성연이도

"아, 그렇겠구나." 한다.

잠깐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차 안에서의 대화였다.

 

얼마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연이이게 가끔 내 장난끼어린 질문이 발동해서 물었었다.

"성연아, 너 커서 어른되면 엄마랑 같이 살거야?"

그랬더니, 1초도 망설임없이 "아니, 난 형아랑 살거야. 형아는 장애가 있으니까 내가 돌봐줘야 해." 했던 성연이.

다시 생각해보아도 눈물이 핑 돈다.

고맙고 미안해서.

 

장애가 있지만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휘,

형아가 장애가 있으니, 내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연이.

살아가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린 두 형제가 서로 저리 애정으로 단단히 엮여 있는것이

참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그렇다.

하나님께서 나같이 부족한 어미에게

어떻게 저런 귀한 보석들을 주셨는지...

 

오늘도 감사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