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황동규]더딘 슬픔 더딘 슬픔 -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므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 나/문학 2012.07.20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안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나/문학 2012.06.20
[스크랩] [김별] 비(觀) 비(觀) / 김별 아침에 쓰던 시가 저녁이면 흐려지네 당신의 안경알 위로 들이치던 저녁의 빗소리처럼 자꾸만 흐려지네, 어느 비 오던 날 내 시에서 비관을 읽었다 말하는 당신을 말없이 안아주던 그날처럼 어두워지네, 그때 당신의 비관이란 가만히 앉아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는 일이었단.. 나/문학 2012.06.20
제 15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상식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작년에 이어 2번째... 작년엔 그냥 감사하고 얼떨떨했는데 올핸 대상받은 분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서울나들이..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그런데 오는 길엔 잊지 못할 추억 하나 더... 외곽순환도로에서의 접촉사고... 너무.. 나/문학 2012.06.05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 운 사 에 서 최 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도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나/문학 2012.06.04
귀촉도 -서정주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나/문학 2012.06.04
낙화 -이형기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 나/문학 2012.06.04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나/문학 2012.06.03
향기로운 비-이어령 향기로운 비 -사랑하는 薰雨에게 이어령 얼마나 큰 슬픔이었기에 너 지금 저 많은 빗방울이 되어 저리도 구슬피 내리는가. 한강으로 흐를 만큼 황하를 채울 만큼 그리도 못 참을 슬픔이었느냐 창문을 닫아도 다시 걸어도 방안에 넘쳐나는 차가운 빗발 뭔가 말하고 싶어 덧문을 두드리는 .. 나/문학 2012.04.16
2011년 공무원 문예대전 시상식 이걸 이제야 올리는 이 게으름... 하긴 벌써 재작년이 된 배낭여행도 아직 독일과 스위스 언저리만 슬쩍..인것을... 공무원 문예대전이란게 있다는 걸 처음 안 작년 3월 우연히 예전에 끄적거려놓았던 시 한편 보냈다가 동상에 당첨(?) 덕분에 서울 구경도 하고 시상식에 갔다가 맛.. 나/문학 201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