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건 지난 6월 말 정도인 걸로 기억한다.
해마다 열리는 <새얼문예 백일장 대회>에 학생과 학부모 신청자를 받는데
어머니부 신청자가 너무 적어, 부모님들께 또 공지하기도 그래서
우리 큰아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니, 내가 그냥 학부모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얼떨결에 참석을 했는데 <장원>을 받게 되었다.
사실, 백일장 당일이 토요일이었고
마침, 그날 주일학교 아이들 <달란트 축제>도 예정되어 있던터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부리나케 교회에 와서 행사 마치고 나니
오후 4시 반 정도 되었다.
조금 멀리 사는 아이들을 집근처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도착했을 때가
5시... 백일장이 오후 6시면 끝나는데 아무리 빨리가도 토요일이라
30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갈까말까 잠시 망설이다 그래도 신청자 명단에 올렸는데
가지 않는다는 것이 양심(?)에 걸려 그냥
문학경기장 잔디만 밟아주고 글감이 무엇이었나 정도 알아보려
다시 운전대를 돌렸다.
어렵사리 도착해보니, 입구가 어디인지도 몰라
그 넓은 경기장 주변을 맴돌다 몇명의 학생 무리들에게 물어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는 5시 35분이었다.
입구에는 행사 요원들이 박스에 작품들을 담고 있었고
내가 원고지를 달라고 하니, 없다는 것이었다.
뭐 그닥 기대도 안했는데 안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가씨에게 말하니
누가 쓰고 남은 원고지를 몇 장 건네주었다.
경기장에는 서너명의 고등학생들과 행사를 정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리저리 뒹구는 종이, 물병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전광판에는 종료 20분 전이니 어서 원고를 내달라는 문구가
크게 써 있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써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제가 무엇이냐 물어보니,
원래는 3가지인데 한가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
<오후 두 시>, 그리고 <그리운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아무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는 좌석에 혼자 앉아
<오후 두 시>란 주제로 정말 정신없이 써내려 갔다.
내가 어떤 시를 써는지 잘 기억도 나질 않았다. 마무리를 지을 땐
시가 너무 짧지 않나?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원고지에 정서를 할 때는 거의 6시가 다 되었다.
내가 제출한 시가 마지막을 백일장이 끝났다.
돌아올 때는 그저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마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어머니부 시부문 장원으로 수상을 하게 되었다.
도무지 믿기지도 않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로 공문이 오던 날 여기저기서 축하 메세지가 날아들었다
뭐, 참 쑥스럽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고.. 그랬다.
상금도 50만원이나 되었다.
그 상금이란 녀석이 참 화수분 같아서리, 학년에, 가족에, 친구들에게
한턱을 쏘고 나서도 지난 여름 유럽 여행때 여행비로도 보탰다
워낙 돈 세는 거 약한 지라 뭐 암튼 500만원 정도 받은 느낌이었다.
백합이 있는 왼쪽 꽃다발은 우리 학년 선생님들이, 그리고 오른쪽은 남편과 아이들이
축하해 준 것이다. 너무 이쁘고 고마워 나란히 찰칵!
저 멀리 시상식에서 맨 왼쪽 퉁퉁한 아줌마가 서 있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서있는 사진을 보니, 내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그저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여느 아줌마랑 다를 것이 없었다.
함께 근무하는 친구와 후배가 축하해주러 와주어 많이 고마웠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기대하지도 않은 기쁜 일을 만나면
그 행복감이 몇 배인 것 같다.
두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고
그 결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올해는 아들들과 함께 한 유럽 배낭 여행과 함께 멋진 추억 하나를
더 남길 수 있었다.
그럴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 모든 것에 함께 하시며 가능케 해주시는
하나님께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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