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학

귀촉도 -서정주

결실한 포도나무 2012. 6. 4. 20:51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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