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으로 분한 김갑수씨- 1984년 <님의 침묵> 뮤지컬에서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불어 선생님은 아주 키가 크고 독특한 외모의 남자선생님이셨습니다.
1년 가르치시고 연극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그쪽 일을 하신다고 학교를 그만두신걸로 기억합니다.
해서 성함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때 나는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문화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윤석화씨 주연의 <신의 아그네스>나 김갑수씨가 주연으로 나온 <님의 침묵>같은 뮤지컬을
연극무대에서 직접 만났으니까요.
< 1984년 마당 세실극장에서 본 -님의침묵- 뮤지컬 카달로그 앞표지 >
그 때 바로 앞에서 춤과 노래, 강렬한 분장을 한 배우들의 몸짓등이
얼마나 강렬하고 근사했는지....
공연을 보고 나서 한참을 그 감동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나네요.
26년 전 본 작품인데,
"33명의 음성은 흩어져 갈뿐 입니다~~!"하며 무대를 하나하나 떠나가는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 님의침묵 뮤지컬에서 만해 한용운으로 나온 김갑수씨 >
표지를 열면 만해 한용운으로 나온 주인공 김갑수씨의 사진이 크게 나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이 지면을 뚫고 나올 듯한 강렬한 눈빛과
만해 한용운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저 카리스마....
그 때 김갑수씨는 지금처럼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유명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그 때 이미 김갑수씨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 님의침묵 뮤지컬에서 전봉준 역할을 했던 이창훈씨와 소녀 역의 앳된 이혜영씨 >
다음 장에는 뜻하지 않은 인물을 만납니다.
솔직히 저 뮤지컬을 볼 때 전봉준 역할을 맡으셨던 분이
훗날 숱덩이 눈썹을 하고 과장된 표정으로 유명해진 <맹구> 이창훈씨라는 걸
전 26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맹구 주연의 코믹 영화도 찍으셨던 분이 어느날 홀연히
텔레비젼에서 모습을 감춘게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본연의 모습인 연극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연기파로서도 인정받는 중견 연기자인 이혜영씨도
저 땐 참으로 앳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TV나 영화에서 항상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갖고 있는 연기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렇게 젊을 때부터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있는 연기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TV를 집에서 없애고 산 지 5년이 다 되어가서
요즘에 인기있는 젊은 연예인들이나, 드라마는 잘 모르지만
그리고 정말 실력있는 연기자도 많지만
반짝 인기의 아이돌 스타가 자신에게 버거운 역할을 맡아 고전하며
가끔 '발연기'라고 하는 표현을 듣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끼와 실력을 겸비한 예술인들이
좀더 많은 활동을 해주셨으면 하는 기대와 바램을 가져봅니다.